소비자 ‘불매’·정부 ‘압박’·反 롯데정서 등 롯데그룹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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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사태수습 위해 대국민 사과문 발표
▲ 소상공인연합회는 롯데카드 가맹 해지·결제 거부 운동과 롯데마트·롯데슈퍼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10일 밝혔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롯데家 분쟁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소상공인 단체는 보다 조직적으로 가맹 해지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정부도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롯데는 집안싸움, 정부 압박, 반 롯데정서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직적 움직임 전개하나

10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지역별 소상공인 단체와 함께 롯데카드 가맹 해지·결제 거부 운동과 롯데마트·롯데슈퍼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말했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는 롯데마트, 롯데슈퍼 골목상권 퇴출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41개 소상공인 단체 공동 성명서와 결의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30여 개 단체 대표가 함께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특혜로 성장한 롯데가 이를 이용해 롯데마트, 롯데슈퍼, 편의점 등 무차별적으로 확장했고 골목상권을 짓밟아 왔다”며 “이 때문에 전국에 수많은 영세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상실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불매운동 이유를 전했다.

연합회는 앞으로 소상공인들의 롯데마트와 슈퍼 이용 자제와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및 거부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고,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를 위해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와 협력해 전국의 소상공인들에게 가맹점 해지 신청서도 배포할 계획이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롯데는 투자를 통해 우리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투자’의 대부분은 전국 유통망을 독점해 납품 소상공인을 쥐어짜고 주류·음료·과자 등 롯데 자체 상품의 판매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5일에도 롯데마트와 롯데 슈퍼에 대한 불매운동과 소상공인 업소에서 롯데카드 거부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 정부 압박과 반 롯데정서가 거세져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소상공인연합회

◆정부 압박 갈수록 거세져…

정부가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형태다. 먼저 공정위는 롯데그룹에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L투자회사 등이 롯데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알려졌을 뿐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고 어떤 고리로 연결돼 있는지 정보가 없다. 이에 공정위는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실체 파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공정위는 롯데 측에서 허위자료를 제출 할 경우 검찰에 고발한다는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도 롯데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알려진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4곳에 대표와 재무 현황 등의 정보 제출을 요청했다.

롯데면세점 재승인 여부의 ‘칼자루’ 역시 정부가 쥐고 있는 만큼 향후 여론악화에 따라 다양한 카드를 이용해 롯데를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이번 롯데그룹의 집안 싸움으로 국민들이 롯데 지배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신씨 일가가 불과 2.4%의 지분으로 416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은 순환출자 때문인데, 정부 당국은 꼬리가 몸통 흔들 수 없도록 순환출자에 대해 분명한 기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재벌 가족간의 다툼이 볼썽사납다”며 “재벌 경제체제는 더이상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롯데 일가에 조속한 분쟁 해결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이에 상응하는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반 롯데정서로 사업에도 차질 생겨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부산은행-롯데 컨소시엄도 반 롯데 정서 유탄에 사업권과 사실상 멀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롯데 그룹 내 유통계열사들 또한 이번 사태로 되살아나고 있는 소비심리 마저 식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을 위한 부산은행과 컨소시엄 구성이 무산 직전에 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려는 부산은행의 야심찬 도전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은행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난색을 표한 상황에서 최근 컨소시엄 파트너인 롯데그룹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 결정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롯데-부산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을 공식적으로 배제한 건 아니지만 극도로 악화된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당국은 통상 금융회사의 신사업 인·허가 또는 타 금융사 인수·합병 등 주요 결정시 해당 업체의 평판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부산은행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을 따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관측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롯데 국적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반(反)롯데’ 정서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대형 패션 유통채널인 롯데백화점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최근 불거진 일명 ‘왕자의 난’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 극소수 그룹 오너 일가가 일본 내 비상장 법인을 통해 연간 총 83조원 매출 규모의 81개 계열사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쇼핑 및 유통관련 계열사들은 되살아나고 있는 소비심리가 롯데 내 분쟁 때문에 다시 꺾이지 않을까 숨죽이고 이번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는 감정적인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계속 뜨거운 감자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불매운동 또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일본 포털사이트 등에는 롯데 제품을 사지 말자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롯데그룹도 반 롯데 정서가 오래 지속하면 그룹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신동빈 회장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11일 대국민 사과를 가지고 롯데그룹 개선 방향을 밝혔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신동빈 회장 사과문 발표 및 기업개선 방향 제시

신동빈 회장은 1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와 지배구조 개선을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며 특히 “순환출자 구조 80% 상당은 올해 말까지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TFT를 출범해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투명성 강화에 힘 쏟겠다”며 더 나아가 “고용확대·사회공헌 등 국가 경제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취했다.

가족간의 화해 의지가 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개인적인 대화는 언제든지 하겠지만 경영적인 부분은 다르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처럼 신동빈 회장은 정공법을 통해 이번 사태를 극복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가족 간 분쟁에 대해 개인적 화해는 할 수 있지만 기업 경영과 관련한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므로 앞으로의 롯데 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신 회장의 태도에 신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운영해온 불투명 경영 방식을 버리겠다는 그의 의지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사포커스 / 남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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