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분기 3조원의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은 가운데, 정성립 사장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온 것과 달리 쇄신안에 인력 구조조정안이 포함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11일 대우조선해양은 전날 경영설명회에서 발표한 고강도 쇄신안에 이어 이날 추가 자구안을 내놨다.
전날 대우조선해양은 본사 사옥을 포함한 비핵심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인적 구조조정은 인력 감축이 아닌 질적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슬림화와 자원 재배치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추가 자구안에는 전날과 다르게 임원의 30%를 줄이고 부장급 상당수를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하루 만에 말이 바뀌었다.
특히 정성립 사장이 하루 만에 추가 자구안을 내놓고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입장을 바꾼 것은 산업은행의 압력 탓 아니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력 감축 없다던 정성립 사장, 말 바꿔
더구나 정성립 사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꾸준하게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정성립 사장은 내정자 신분으로 노조 측과 만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받고 이 같이 답하면서 노조를 안심시켰다.
정성립 사장은 지난 6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는 “인정 구조조정으로 생기는 공백과 직원들의 신뢰 저하 등이 상당하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인적 구조조정으로 부장급이 모자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정비는 절감할 수 있겠지만 직원들의 신뢰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창사 이래는 물론이고 조선업계 역사에서도 최대 규모인 단일 분기 3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구조조정이 예상될 때에도 인력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여기에 지난 10일에도 정성립 사장은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11일 오후 정성립 사장은 “이번 자구 노력으로 피해를 보는 임직원이 있겠지만 후배를 위해 내 자신을 희생한다는 대승적인 자세를 가져주실 것을 당부한다”면서 180도 선회한 입장을 밝혔다.
◆누가 주도했든 진통 불가피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성립 사장이 말을 바꾼 것이라는 얘기와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사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나 산업은행을 의식해 말을 바꾼 것일 경우 노조와의 신뢰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애초에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정성립 사장이 내정됐을 당시 노조 측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언젠가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 감축으로 단기간 수익성을 내고 고가 매각을 추진하는 악역을 맡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정성립 사장의 취임을 반대했다. 정성립 사장은 이에 절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화답하고 노조의 반발을 불식시킨 바 있다.
산업은행이 압박을 행사했을 경우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당초 산업은행을 향해 대우조선해양의 기록적인 적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투입된 국민의 혈세를 관리하지 못한 산업은행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부당한 전례를 만든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특히 3조원이라는 기록적인 적자의 여파를 벗어 나기 위해 수 십억원의 인건비 감축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직원들의 신뢰까지 버리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전망이다.
◆임원 7~8명, 부장급 최대 수 백명 감원할 듯
한편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임원 수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48명으로 임원 일부의 퇴임과 신규 선임 등을 감안해도 5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정리 대상인 30%를 15~16명 선으로 잡을 경우 지난 6월 퇴진한 임원 7명을 제외하면 추가로 7~8명의 임원이 퇴임할 전망이다.
부장급 이상 인력 수 십~수 백여 명의 감축도 이뤄진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장급 이상은 약 1300명 선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형식으로 퇴직을 종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이 내놓은 인적 쇄신 시한은 9월 말이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은 내달 1일까지 조직 슬림화와 자원 재배치를 끝마치고 9월부터는 현직 임원의 임금도 반납한다. 실질적으로 이전 연봉에 비해 35~50% 가량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1월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비핵심자산 매각은 사장 취임 초기부터 꾸준히 검토돼 오던 것이지만 이 기회에 확실히 정리할 것은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공시에 따르면 서울 본사 사옥을 보함한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마곡산업단지 관련 사업이 전면 재검토된다. 골프장 및 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에프엘씨는 현재 매각을 진행중이며 8월 말 본입찰 예정이다.
중국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 지분도 일부 매각하는 한편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고효율 저비용 구조를 정착하기 위해 설계 외주를 최소화하고, 관리체계혁신 및 윤리의식 등도 강화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