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첫 출발…46조원 대 투자 확대 방안도 내놔

17일 SK그룹은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2년 7개월여 만에 풀려난 지 삼일 만에 처음으로 내놓는 카드다.
최태원 회장이 경제 활성화라는 정부의 기대에 어느 정도로 부응할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것을 감안하면 첫 카드치고는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대부분의 계열사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17개사가 모두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완료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임금인상액의 20%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 인상 공유제’도 실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 SK C&C 등도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며 SK텔레콤은 59세부터, SK하이닉스는 58세부터 매년 연봉을 그 전년보다 10%씩 줄이고 있다. SKC계열과 워커힐 역시 수 년 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따라서 SK그룹이 ‘전 계열사 임금피크제’라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새로 SK그룹에 편입된 계열사나 일부 소형 계열사의 참여 정도만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의 임금피크제 시행·도입 계열사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행보로서는 무난한 카드라는 평가 속에 노동개혁을 강조해 온 정부와의 교감도 어느 정도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주 현대차그룹 역시 ‘전 계열사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해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 역시 임금피크제에 이어 고용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해 신입 및 경력사원을 포함해 7700여명을 채용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1000명을 신입으로 공채했다. 이달 말 하반기 신입 공채 모집요강을 내놓는다.
다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취업 규칙과 단체 협약을 변경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노사와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SK그룹은 큰 원칙을 갖고 노조와의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직원들에게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합의 없이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면서 “하반기 채용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SK그룹은 임금피크제 도입 방침에 이어 반도체 분야에 46조원을 투자하고 에너지화학·정보통신 분야에 대해서도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서린동 SK사옥에서 열린 확대 경영회의에서 “어려운 기간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노력한 데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양극화, 경제활력,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고용 확대와 경제 활성화 외에 사회 양극화를 위한 카드도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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