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예정 GDR 고의 보유, 소송전 포석”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 1만주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GDR)로 전환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엘리엇은 지난 6월 16일 삼성물산 주식 1만주를 매수해 수 일 후에 바로 GDR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지난 6월 16일 삼성물산 주식 1만주를 매수한 단가는 6만4618원이다. 이에 따라 1만주를 매입하는 데에 6억5000만원 가량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1만주를 추가 매수하면서 엘리엇의 삼성물산 보유지분은 7.12%에서 7.13%로 늘어난 바 있다.
GDR은 외국투자자를 위해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유가증권으로 한국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1대1 비율로 전환이 가능하다. GDR을 보유하면 해외에서 주주로서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함에 따라 삼성물산의 GDR 역시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는 점에서, 엘리엇이 굳이 삼성물산의 주식을 GDR로 보유한 것은 영국에서도 소송전을 준비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폐지를 대비해 미리 일정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상장폐지시 합병을 법정싸움으로 몰고가기 위한 카드였다는 얘기다.
합병 결의가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했던 시점은 지난 7월로 당시는 한창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던 때였으며, 삼성물산은 오는 21일 런던증시에 상장된 GDR을 상장폐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열린 법정 다툼에서도 증명됐듯이 관련법상 합병비율을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돼 있어 엘리엇의 시도가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합병비율을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많아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법원은 또한 한국 법원보다 금융 자본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는 빈도가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한 소송을 해외 법원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고 시간도 지나치게 오래 걸려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영국 법원 등은 한국의 판결을 근거로 소송을 각하할 확률이 적지 않아 먼저 국내의 소송전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최근 마감된 주식매수청구행사에서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4.95%(773만2779주)에 대한 매수를 청구한 것도 소송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 평균 매입 단가가 6만4618원이었던 것에 비해 주식매수청구행사 가격은 5만7234원으로, 엘리엇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약 500~6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손실을 본 사실을 확정시켜 소송에서 피해를 주장하려고 한다거나 소송가액을 확정하기 위해 손실규모를 확정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삼성화재와 삼성SDI 지분 1% 가량을 매입한 것도 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삼성화재와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주주로서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에라도 영국 법원에서 엘리엇이 승소 판결을 받아들 경우 삼성물산에 수 천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당분간 엘리엇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국내 법원에서 삼성물산의 주당 공정가치가 10만~11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현재 보유 지분은 2.18%(340만3148주)로 18일 종가 4만8700원을 감안하면 총 지분 가치는 1657억 가량이다. 합병 후 지분율은 0.62%로 떨어진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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