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지급 문제‧他계열사 인수必…형제간 화해 가능성도

◆지주회사 금호산업 인수
25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산업은행 채권단과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50%+1주)을 7228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 마련 계획에 집중하기 위해 하루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워크아웃에 들어 간지 6년 만에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최대 주주로 복귀하게 될 예정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과 금호사옥, 금호리조트, 에어부산,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IDT 등을 포함한 계열사를 갖고 있다.

앞으로 박 회장에 남겨진 과제는 인수대금이다. 매매 계약 종결을 12월30일까지며 앞으로 30일 이내에 자금조달 계획서를 채권단에 제출해야한다. 박 회장이 인수대금 7228억원을 완납하면 금호산업 인수는 마무리된다. 박 회장은 인수자금을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들을 총 동원해 공동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는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채권단은 올해 초 매각 작업을 실시했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호반건설과 신세계 MBK파트너스 등이 나서기도 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단독응찰에 나서면서 위협적으로 나서기도 했지만 유찰됐다.
일각에서는 2009년 박 회장이 경영권을 잃은 것은 무리한 확장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2010년 기자회견문을 통해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은 생산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박삼구 일가의 부실한 경영 때문이다”라며“ 박 회장의 경영복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선 금호그룹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와 무분별한 해외공장 확장 등이 계열사 재정 상태에 큰 피해를 입혔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후 박 회장에게 다시 경영권을 맡겼다. 박 회장은 채권단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를 얻으며, 그룹 지배권을 되찾을 기회가 생겼다. 그룹 경영권 확보보다 중요한 것이 경영정성화라는 목소리들도 흘러나온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수익성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4월 공정위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관련 자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자산은 18조8280억원이다. 이 중 자본이 5조2780억원인데 반해 부채는 13조5510억원을 기록해 256.74%의 부채비율을 나타냈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100~110선이 적정수치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매출액은 16조835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330억원에 불과했다. ‘빚’으로 둘러싸인 상태에서 수익성 강화에 매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의 최종 목적지는 경영정상화를 통해 그룹을 성장시키는 것“이라면서 ”박 회장이 지주사 최대주주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성장을 위해 경영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한다“고 말했다.
◆금호家 형제 간의 갈등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은 동생 박찬구 회장과 반목했다. 박찬구 회장은 박 회장이 주도한 대우건설 인수에 극렬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형제는 2009년 금호아시아나 주총에서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 측이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반목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도 경영권에서 손을 땠다. 2010년 초엔 박찬구 회장이, 말엔 박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지만, 박찬구 회장은 박 회장에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금호석유화학의 분리를 주장했다.
이후 양측은 치열한 민‧형사 소송을 벌이며 싸움을 해왔다. 최근 금호석유화학이 박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첫 민사소송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또한,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이전등록 청구소송’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최근 박 회장은 오랜 갈등을 겪어왔던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박 회장이 박찬구 회장과의 갈등을 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박 회장은 전날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채권단 보유지분 매매계약 체결 보도자료를 통해 “본인의 부덕한 탓으로 가족 문제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가족 간 화합을 위해 더욱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아직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사측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 시사포커스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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