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공모가도 뚫렸다 ‘충격’…“우리가 봉이냐”
삼성SDS, 공모가도 뚫렸다 ‘충격’…“우리가 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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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지분 매각 이후 20% 넘게 폭락…소액주주들 불만 최고조
▲ 삼성SDS 주가가 최근 지속된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심리적 저지선인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2014년 말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삼성SDS 주가가 최근 지속된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심리적 저지선인 공모가 아래로까지 떨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26일 삼성SDS 주가는 전날보다 9500원(4.8%) 하락한 18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DS 주가가 공모주 청약 당시 공모가였던 19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상장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급격한 하락세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들어 지배구조 개편 행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삼성SDS 지분 활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더욱 촉발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성사의 안전장치로 실권주 발생시 최대 3000억원까지 청약하겠다고 밝히고 지난달 28일 이 재원을 삼성SDS 지분을 팔아 마련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 의지 표명이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실제 실권주는 1%도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대부분의 자금을 순환출자 이슈 해소라는 명목으로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는 데에 2000억원을 썼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매입에 들어간 돈은 302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삼성SDS 지분으로 마련한 현금이 대부분 지배구조 개편에 동원된 셈이다.
 
이에 삼성SDS 소액주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삼성SDS가 이재용 부회장의 금고로 전락했다는 자조섞인 비난이 나오는가 하면 삼성그룹이 주주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이 나온 다음 날에는 주가가 무려 3만9500원(15.13%)나 폭락했고 삼성SDS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20영업일) 25%나 폭락했다.
 
특히 평균 80주(1520만원 상당)를 배정받아 매입한 상장 당시 직원들 중 아직 차익 실현을 하지 않은 직원들 역시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 우리사주 보호예수는 지난해 11월 14일에야 종료됐다. 여기에 불법 시세차익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 감지된다.
 
◆상장 당시 폭발적 관심과 대조 ‘씁쓸’
물론 삼성SDS는 상장 전부터도 이미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지배구조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고 대주주 지분이 높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는 주로 삼성SDS의 가치가 고평가되는 원인이었다. 삼성SDS가 추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합병되거나 지분이 현금 마련에 동원될 것이고 이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의 기업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삼성SDS 공모주 청약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주가의 고공행진을 함께 이끌었다.
 
이에 삼성SDS는 상장 전후로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 달여 뒤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이 상장하기 전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다. 공모주 청약에는 15조원의 증거금이 몰려 당시 기준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고 경쟁률이 134대 1에 달했다. 당시 삼성SDS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후 다른 상장기업에까지 공모주 청약 열풍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2014년 11월 공모가 19만원의 200%인 38만원으로 상장된 삼성SDS는 장 개시 직후 바로 거래소의 ‘VI’ 발동을 불렀다. ‘VI’는 가격이 급변동할 때 투자자들의 환기 시간을 주는 장치로 상장 첫 날 장 개시와 동시에 발동된 것은 삼성SDS가 처음이었다.
 
첫 날 삼성SDS의 거래대금은 1조3400억원으로 삼성생명의 기록을 갈아치웠고, 그날 코스피의 27%에 달했다. 거래량이 무려 380만주에 달했고 장 개시 초반 30분간 삼성SDS 거래량은 무려 160만주에 육박, 삼성전자와 현대차 거래량이 수 만주에 그쳤던 것에 비해 대조되기도 했다. 첫 날 삼성SDS는 시총 6위에 올랐다.
 
▲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성사의 안전장치로 실권주 발생시 최대 3000억원까지 청약하겠다고 밝히고 지난달 28일 이 재원을 삼성SDS 지분을 팔아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실권주는 1%도 발생하지 않았다. ⓒ뉴시스
◆작아지는 존재감에 하락세 이어져
한 달여 뒤 제일모직까지 상장하면서 삼성SDS는 지배구조 관련주로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차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생각보다 삼성SDS의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지 않았고 잇따른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SDS의 역할이 부각되지 않으면서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삼성SDS는 IT 시장 침체로 실적이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삼성SDS 매출은 7조8535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588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각각 0.6%, 0.9% 줄어든 수준이다. ‘방치 아닌 방치’ 속에 삼성SDS 주가는 지난해 꾸준히 하락세를 타면서 초기 40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지난해 연말 20만원대 중후반으로 고착되기에 이르렀다.
 
삼성SDS는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보안플랫폼 ‘녹스’ 등으로 대표되는 솔루션사업을 추진하는 등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안솔루션기업 시큐아이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스맥 전문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맥(SMAC)은 소셜(Social)네트워크·모바일(Mobile)·분석(Analytics)·클라우드(Cloud)의 첫 글자를 딴 약어로 차세대 ICT 기술을 통칭하는 단어다. 차세대 시장에 M&A로 선점 효과를 갖겠다는 의지로 활발한 사업재편과 중장기적인 로드맵은 삼성SDS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증권가에서도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삼성SDS의 실적 방향에 호평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 지분 매각, 급락세 결정타
하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매각은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모든 인식을 허사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액주주는 “그나마 남아 있던 지배구조 프리미엄도 사라지기 시작했다”면서 “합병설 등이 요원해지고 실적 개선이 현실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장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라는 명목으로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고 이를 실제로는 지배구조 개편에 썼으니 그냥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의 개인 금고로 여겨지는 것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2% 가량의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나중에 현금이 필요할 때 남은 9% 가량의 지분도 언제든지 매각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오너 일가의 자금줄로 전락했다는 한탄인데 이 같은 인식이 고스란히 투자심리 저하로 이어지면서 공모가 하회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오너 일가의 추가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믿는 소액주주들은 거의 없는 분위기다.
 
▲ 이건희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았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로 인한 불법 차익 논란 탓에 지분 매각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일에 지분 매각에 나섰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충격은 한 층 더 크다. ⓒ뉴시스
불법 차익 관련 도덕적 비난도 다시 고개
특히 상장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조만간 현금화하기 힘든 이유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로 인한 불법 차익 논란이 거론됐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일에 지분 매각에 나섰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충격은 한 층 더 크다.
 
1999년 삼성SDS는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 등의 주도로 장외에서 2만원 가까이에 거래되던 삼성SDS 주식을 제3자배정방식에 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이재용 부회장 삼남매에게 평균 7000원 안팎의 헐값으로 넘겼다. 삼남매가 얻게 된 지분은 총 19% 가량으로 이로 인해 2009년 이건희 회장 등은 삼성특검 결과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유죄 선고에도 삼남매가 인수한 주식은 전혀 몰수되지 않았고 삼성SDS 상장 후 이재용 부회장 삼남매는 상상도 하기 힘든 차익을 얻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주식 평균 매입가격은 1218원,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1628원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총 매입액은 106억원에 불과했지만 상장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가치는 무려 2조8506억원에 달했다. 이날 종가로 계산해도 1조5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끊임없이 시민단체들의 공격 대상이 됐고 실제 정치권에서는 ‘이학수 특별법’이라는 별칭으로 삼성SDS 같은 경우의 불법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이 도덕적인 지탄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삼성SDS 지분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일은 당분간 실행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 같은 예상도 힘을 잃게 됐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최근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효율화를 꾀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를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 방산·화학 분야의 2조원대 빅딜을 성사시켰고 지난해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도 매각했다. 최근에는 업계 1위인 제일기획과 삼성메디슨의 매각도 추진되고 있다.
 
물론 대주주 지분이 높은 삼성SDS의 경영권 매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그만큼 삼성SDS를 바라보는 시각이 불안정하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도 삼성SDS는 삼성전자와 6600억원 가량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각 온라인 커뮤니티의 종목 토론 게시판에서는 삼성SDS가 공모가를 다시 탈환하기는커녕 1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으로 가득한 상황이다.
 
◆“아직 상황 끝난 것 아니다 반론도”
다만 아직 삼성전자 등과의 합병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삼성SDS의 지배구조상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9%나 남아 있고 삼남매의 지분을 합하면 17%가 넘기 때문에 삼성SDS의 합병 방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하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 승계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된 뒤 사업부문과 삼성SDS의 합병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또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설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현재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가치 키우기다. 삼성물산의 가치를 키워 삼성전자의 투자부문과 합병할 때를 대비해서다.
 
이 경우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의 시가총액 극대화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29조원의 시가총액이 더욱 늘어나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 시가총액이 15조원에 달하는 삼성SDS와 합병시킨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합병 법인의 시가총액은 40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다만 합병안은 주주들의 반대라는 난관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일었던 숱한 찬반 논란이나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됐던 점 등을 떠올려보면 50%가 넘는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의 외국인 주주들이 삼성SDS에 유리한 쪽으로 합병안을 통과시켜줄 확률은 높지 않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일었던 저평가 논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원성은 당분간 잦아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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