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화려했던 박용만 시대의 공과 과
두산그룹, 화려했던 박용만 시대의 공과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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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박정원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 물려주며 4세경영 체제 시동
▲ 박용만 회장이 4년 만에 회장직을 조카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 넘겨주면서 두산그룹의 4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4년 만에 회장직을 조카인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 넘겨주면서 ‘카멜레온 두산’의 위용을 어김없이 발휘했던 박용만 시대가 저물고 4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있다.
 
3일 박용만 회장은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고 싶은 것 다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한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는 것을 수 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날 열린 그룹 지주사 ㈜두산 이사회에서 박용만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조카인 박정원 회장을 천거했다. 두산그룹은 ㈜두산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맡는 것이 관례다.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주총회에 이어 열릴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 절차를 거치고 그룹 회장직에 정식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1896년 ‘박승직상점’으로부터 이어져 온 120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다만 박용만 회장은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은 유지한다.
 
◆박용만 회장, 카멜레온 두산 위용 발휘
박용만 회장은 1955년 생으로 MBA 과정을 마친 뒤 두산건설에 입사하면서 그룹 경영에 발을 들였다. 이후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과 부사장을 거쳐 두산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부회장을 역임하고 2012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회장 임기는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박용만 회장은 회장직에 오르기 전부터 그룹 경영에서 구조조정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 왔다. 특히 IMF 사태를 전후로 두산그룹이 그룹 체질을 바꾸는 데에 있어 박용만 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산그룹은 1995년부터 선제적 구조조정에 돌입, 소비자브랜드 20여개 등 주력 계열사들을 대거 넘기고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이는 이후 터진 IMF 사태에서도 두산그룹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두산그룹은 남은 23개 계열사를 4개 회사로 대통합한 뒤 한국중공업·대우종합기계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중공업그룹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박용만 회장은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이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기업사에서도 흔치 않았던 그룹 체형 변화로 두산그룹 매출은 1999년 말 1조8000억원에서 2013년 22조원으로 10배 넘게 성장했다.

50년대부터 이어온 성공적인 체질 변화로 얻었던 ‘카멜레온 두산’이라는 별명이 박용만 회장의 주도 하에 또 한 번 유감없이 발휘된 순간이다.
 
박용만 회장은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또 한 번의 두산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결국 사업권을 따낸 것도 박용만 회장의 작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의 차기 신성장 동력이 유통사업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지난해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몽따베르 지분을 매각했고 최근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를 MBK파트너스에 1조1000억원대에 넘겼다. 방산업체 두산DST와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 매각도 추진 중이고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도 매각하기로 했다.

이후 박용만 회장은 ‘20대 희망퇴직’ 논란 등에 휘말렸던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맡고 밥캣 상장 등의 계열사 현안에 집중하면서 그룹 경영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미완의 용퇴 시선도…박정원 회장 현안 가득
 
▲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주총회에 이어 열릴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 절차를 거치고 그룹 회장직에 정식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두산그룹
다만 박용만 회장의 용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두산그룹의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가 가득한 상황에서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 짐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회장 임기 동안에 박용만 회장의 수완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거나 ‘책임론’이 제기돼 갑작스럽게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점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두산그룹은 중공업 중심의 구조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의 주요계열사들은 지난해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에 지주사인 ㈜두산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무려 1조7000억원에 육박했다.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은 일제히 신용등급 강등을 겪었다. 부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산건설을 비롯, 그룹 전반에는 유동성 위기가 팽배해 있다.
 
용퇴를 결정한 박용만 회장은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불확실성이 상당수 남아 있어 이 같은 자평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박정원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그룹의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책무를 맡게 됐다. 올해 예정된 밥캣 상장은 박용만 회장이 주도한다고 하더라도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 두산생물자원 등의 매각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지난해 특허를 따낸 시내 면세점 사업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두산그룹은 면세점 경험이 일천하고 시내 면세점 성공 요건인 명품브랜드 유치 여부도 불투명해 향후 박정원 회장의 불확실성 해소가 절실하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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