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고 140일가량 수감돼 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은 오전 10시부터 ‘땅콩회항’ 재판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항로변경’ 여부 등을 인정하지 않고 조현아 전 부사장에 1심보다 2개월 감형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여모 상무 역시 형량은 유지하고 집행유예 2년을 판시했다.
이날 재판부는 항로변경죄에 대한 판단과 관련, 항공기의 ‘램프리턴’은 항로 변경이 아니고, 항공기가 항로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로변경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와 관련해서도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공기 보안·안전운항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은 경미하다”고 판시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항로변경죄와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등을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1심 재판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총 5개의 혐의 중 국토부 조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제외한 나머지 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4개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여기에 항로변경죄와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도 인정하지 않아 감형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를 포함한 5개 혐의가 여전히 모두 인정돼야 한다며 1심과 같은 3년의 구형량을 유지한 바 있다.
반면 항소심에서 그간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22초간 17m를 이동한 것은 항로 변경으로 볼 수 없어 헌법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항공기운항안전저해폭행 혐의와 관련해서도 폭행 행위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실제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은 지나치다”며 항공기운항안전저해폭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1심과는 달리 업무방해와 강요에 대한 혐의는 인정했다.
결국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혐의를 인정한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를 제외하면 사실상 남은 쟁점은 항로변경죄와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뿐이었는데 재판부가 이 둘에 대해 모두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140여일 넘게 수감돼 온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로써 수감 신세를 면하게 됐다.
한편 지난 주말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던 김도희 승무원과, 하기 조치를 당했던 박창진 사무장이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날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이 미국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