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보상에 대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온 후 삼성과 가족위는 물론이고 반올림 내에서까지 파열음이 일면서 권고안 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올림을 향한 세간의 시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11일 반올림은 성명서를 내고 가족위 측에 책임있는 자세로 조정 절차에 임해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반올림은 “(가족위 측의) 여섯 분이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이유로 삼성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이라는 과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반올림의 성명은 전날 가족위가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밝힌 데에 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조정위의 권고안에 대해 수정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던 가족위는 전날 아예 삼성 측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조정위 측에 후속 조정 절차를 내달 말까지 보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올림은 성명서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당혹감을 나타내고 삼성 측 역시 가족위를 핑계삼아 조정을 무위로 돌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의 가족들이 권고안에 불만을 품고 직접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다 삼성 측도 이에 동의하는 측면이 있어 양 측의 직접 협상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반올림 내에 남아 있는 두 명의 유족 대표들도 권고안에 반발하면서 일각에서는 반올림 내부에서조차 권고안에 대한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조정위의 권고안에 대한 비판이 각 계 곳곳에서 나온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잇따라 조정안에 반발하는 모양새가 나타나자 반올림을 바라보는 여론조차 악화되고 있어 반올림으로서는 설상가상에 처하는 형편이다.
조정위는 권고안에 삼성 측이 1000억원을 출연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을 통해 보상을 진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인 이사회는 각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고 12개 질병에 대해 인과성을 묻지 않고 보장할 것과 14년 간의 비교적 긴 기간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대해 8년 간 고생해 온 가족위 측은 또 보상이 지연되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삼성 측은 법인 설립을 통해서가 아닌 사내 기금으로 1000억원을 조성해 직접 보상하겠다는 수정 제안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삼성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피해자 가족들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권고안에 대해 반올림만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회적인 해결을 위한 방도에서라는 이유다. 아무래도 당사자의 의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커져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지난해 조정위가 구성되기까지도 반올림이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과도한 투쟁 방식을 펼쳐 가족들과 결별했던 점도 재조명되고 있다. 원래 반올림 내에는 8명의 피해자 가족들이 있었지만 반올림과 협상 노선에서 이견이 갈리면서 6명이 떨어져 나와 만든 것이 가족위다.
지난해 피해자 가족들은 가족위로 따로 떨어져 나오는 과정에서 “당장 치료가 급한 이들도 있는데 지금 반올림 측의 협상 방식은 노동 투쟁에 가깝다”며 “삼성이 요구안 하나를 들어주면 반올림이 더 큰 요구를 하기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당사자인 가족과 진정성 있는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니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한다”고 말했고 다른 누리꾼은 “반올림이야말로 가족위를 핑계삼아 조정을 무위로 돌리지 말고 성숙한 자세로 조정에 임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