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점서 잇단 판매 거부 속출…차별 없앴다던 단통법 취지 무색

1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옵티머스 G프로2는 최근 ‘대란’ 수준으로 품귀 현상을 빚은 끝에 SK텔레콤과 KT에서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G프로2의 추가 생산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으며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서 한 번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G프로2를 구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국내외 공장에서 이미 예전에 G프로2 생산라인을 철수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형 양판점인 하이마트나 각 T월드다이렉트, 올레샵 등 통신사들의 온라인몰에는 공시 지원금 상향 4~5일 만에 대부분 G프로2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주요 온라인 판매점들이나 대다수의 오프라인 대리점·판매점들도 상품이 소진됐다거나 판매 정책이 중단됐다는 안내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G프로2를 구매하려고 했던 많은 소비자들 중 유독 기기변경을 원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하이마트같은 대형 양판점이나 통신사들의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의 차별이 없었지만, 유독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리점·판매점들에서는 번호이동 사용자만 접수를 받고 기기변경 사용자에게는 판매를 거부하거나 15%의 대리점 추가지원금 지급을 거부했다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이에 기기변경 사용자와 신규 및 번호이동 사용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에 들어간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대다수 대리점들은 G프로2 기기변경에 대해 통신사가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이 지나치게 적어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나타나 통신사들이 이 같은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SKT·KT 공시지원금 상향에 G프로2 대란 일어나
LG전자의 옵티머스 G프로2는 5.9인치의 대화면에 풀HD 액정을 채택한 대화면 계열 모델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800을 채택하고 3GB의 램에 13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 3200mAh 배터리 등을 갖춰 최신 스마트폰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 사양을 자랑한다.
특히 LG전자의 G시리즈 계열 모델이 발열이나 터치 불량, 최적화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썪는 것과 달리 G프로2는 이 같은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적화는 물론이고 노크온이나 후면키, 카메라 등 LG전자 만의 독특한 기능들을 잘 녹여내 일각에서는 ‘LG의 실수’라는 평가까지 들을 정도로 호평 일색인 제품이다. 많은 사용자들은 G프로2가 출시된 직후에 나온 플래그십 모델이자 LG전자 제품 중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던 플래그십 모델 ‘G3’보다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을 정도다.
이 와중에 지난 11일 SK텔레콤과 KT가 공시지원금을 대폭 올리면서 고가 요금제 기준으로 사실상 공짜폰이 됐다. 지난해 2월 출시된 G프로2는 단통법의 공시지원금 제한을 받지 않는 기간인 ‘출시 15개월’이 지나 공시지원금 상한선을 적용받지 않는 상태였다.
특히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통신사들이 상당한 공시지원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SK텔레콤이 밝힌 G프로2 공시지원금 규모는 ‘밴드 데이터 51 요금제’의 경우 50만원(24개월 약정 기준)이었다. SK텔레콤의 G프로2 출고가가 57만2000원임을 감안하면 구매 비용은 7만2000원이 된다. 여기에 대리점의 15%의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을 감안하면 5만원대 요금제로도 공짜폰으로 살 수 있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중 가장 낮은 요금제인 ‘밴드 데이터 29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도 44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지원해 추가지원금 6만6000원을 감안하면 실구입가가 6만6000원에 불과했다.
KT는 이보다 더욱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KT에서 G프로2를 공짜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최저 요금제는 ‘LTE데이터선택349’ 요금제로 이 요금제에 지원된 공시지원금은 49만9000원이었다.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중 가장 낮은 요금제인 ‘LTE데이터선택299’ 요금제의 경우에 지금된 공시지원금조차도 49만5000원에 달해 15%의 대리점 추가지원금 7만4200원을 고려하면 실구매가는 2800원으로 뚝 떨어졌다.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구입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상당수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점유율 1·2위인 SK텔레콤과 KT가 G프로2을 이처럼 사실상 공짜폰에 가깝게 풀면서 가져온 파급력은 상당했다. 각종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수 일간 온통 G프로2 얘기가 넘쳐났고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파는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하지만 G프로2를 구하지 못한 사용자들 중 유독 기기변경 소비자들의 ‘곡소리’가 넘쳐나 관심이 모아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 기기변경 신청 자체를 받지 않거나 고가 요금제를 조건으로 걸었다는 얘기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기기변경 소비자들은 특정 대리점에 기기변경을 예약했음에도 뒤늦게 신청한 번호이동 사용자들에게 밀려 예약이 취소됐다는 얘기도 전하고 있다. 대리점에 많지 않은 재고를 모두 번호이동 신청자들에게 몰아주면서 기기변경 사용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한 누리꾼은 “신청을 받지나 말지 장난치는 것이냐”고 울화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 온라인 판매점들이 게시한 G프로2 관련 판매글을 눌렀을 때 번호이동 신청은 정상적으로 가입 신청 메시지가 뜨는데 기기변경 신청은 상품이 없다거나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현상이 상당수 목격됐다. 대리점들이 가지고 있는 재고를 기기변경 사용자들에게는 넘기지 않겠다는 판매점들의 속셈인 셈이다.
한 SK텔레콤 가입자는 “어제 기기변경을 하려고 번호이동 대상자인 아내와 함께 2대를 구매하기 위해 수 십 군데에 연락을 해봤다”면서 “그나마 재고가 있다는 곳에서는 정책상 기기변경 개통은 접수를 받지 않고 번호이동 대상자인 아내만 개통할 수 있다고 답변하거나, 기기변경을 하더라도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고 추가지원금은 아예 지급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재고가 없는 것이면 십분 이해하겠지만 재고가 있는데도 기기변경 사용자만 대놓고 홀대하면 누가 한 통신사에서 오래 머물러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원인은 판매장려금 차별화?
개통이나 추가지원금 지급을 원천적으로 거부당한 많은 소비자들은 “대리점에서는 기기변경을 유치해봤자 남는 게 없고 추가지원금을 주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이유를 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리점에는 유형에 따라 판매 장려금을 지급받는데 통신사들이 이 판매 장려금을 차별화해 대리점 측에서는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남기는 쪽으로 기기변경 사용자들을 홀대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번에 ‘대란’이 벌어졌단 G프로2의 경우에는 물량 자체가 워낙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리점들의 ‘선택과 집중’이 더욱 도드라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물량이 상대적으로나마 여유로웠던 KT의 기기변경 사용자들에 비해 물량이 금새 동났던 SK텔레콤 기기변경 사용자들의 한탄은 더욱 뼈아프다. 한 누리꾼은 “SK텔레콤은 장기 가입자가 많아 기기변경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은데 이렇게 대놓고 차별을 하니 장기 가입을 유지할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통신사들의 정책으로 단통법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단통법은 통신사들이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과 달리 기기변경 사용자들이나 저가 요금제 사용자들에게 지급하는 메리트가 거의 없던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출범했다.
비록 “온 국민이 싸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모두가 비싸게 사게 만들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국회에서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법이다. 통신사들은 법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마침 이날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1일 발효된 단통법이 시행됐던 1년 동안 기기변경이 크게 증가하고 번호이동이 줄어들었다며 기기변경 사용자와 번호이동 사용자에 대한 차별이 크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기변경 비중은 일평균 54.9%로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9월의 일평균 26.2%에 비해 두 배가 넘었다. 번호이동은 38.9%에서 24.7%로 줄었다. 하지만 G프로2 대란을 통해 기기변경 차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에서 방통위가 기기변경의 차별이 해소됐다는 발표를 내놓았음에도 이 같은 발표를 실제로 체감하는 사용자들은 여전히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따져봐야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판매 장려금은 통신사들 고유의 정책이고 추가 지원금 역시 대리점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단통법에서 규제를 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자나 유통사의 자율적인 부분이 우선돼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판매 장려금을 통한 차별행위가 벌어져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기기변경에 대해 대리점이 추가지원금 15%를 주면 손해를 보는 정도로까지 판매 장려금을 차별화한다면, 이는 원천적으로 기기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법적 조항을 회피해 단통법의 취지를 훼손시키는 꼼수”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반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에 대해 “G프로2에 대한 판매장려금 차이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본사에서 (대리점이 손해가 날 정도로) 그 정도로 판매장려금을 차별화하고 있지는 않다”고 적극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에 대한 판매 장려금 차이를 크게 두는 경우는 없으며 어느 회사나 그 정도 차이는 다 있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수 만개의 판매점들까지 본사에서 100% 컨트롤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판매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에서 대리점으로 내려갈 때 거의 차이가 없어도 대리점에서 판매점으로 내려갈 경우에는 이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는 자주 벌어지는 일이 아니지만 G프로2는 특히 이통3사 공히 물량이 거의 없어서 더욱 이런 상황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판매점들이 품귀 현상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판매 장려금 차이를 부풀렸다거나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실상 판매점들을 일괄적으로 규제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통신사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재반박도 눈에 띈다.
◆다음 타깃은 G3? 갑론을박
한편 이번 ‘G프로2 대란’에서 적지 않은 KT 가입자들은 대리점 측에서 즉시 개통하기 어렵다는 안내를 해 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 그 배경에 대해 눈길을 모았다.
각종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들에서는 ‘G프로2 대란’에서 구매에 성공한 적지 않은 KT 사용자들이 “판매자 측에서 방통위 제재를 이유로 즉시 개통이 어렵다며 다음 주 정도에 개통이 가능하다고 연락을 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곧 다시 제품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가 하면 “판매점 측에서 핑계대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추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전혀 금시초문”이라면서 “방통위 쪽에서 통신사에 개통과 관련해 지침을 내린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통신사들이 법을 잘 지키고 있는데 방통위 때문에 개통을 지연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텐데 그럴 리가 있느냐”면서 “일반적으로라도 개통을 지연시키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동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마 며칠 전에 KT가 SK텔레콤보다 공격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유치 실적이 급증한 것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KT가 최근 몇 달 사이에 가장 많은 수치를 가져가 방통위에서 이슈가 좀 됐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추측건대 그 전에 비해 숫자가 갑자기 너무 많아지면 방통위 측에서 자금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등 불법 행위 소지 등에 대해 문제를 삼을 확률이 있기 때문에 수치를 조금 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치 실적 수치를 조정해 방통위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 7~8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G3 공짜폰설’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G3에 대해) 현재까지 얘기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공짜폰이) 된다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기는 힘들다”며 “확인하기 쉽지 않은 얘기”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용자들은 오는 10월 슈퍼 프리미엄폰 출시를 예고한 LG전자가 출시 15개월이 지난 G3를 G프로2를 잇는 다음 공짜폰 주자로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조금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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