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간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호남고속철도 KTX(이하 호남선 KTX)가 우여곡절 끝에 역사적인 개통식을 갖고 내일부터 정식 운행에 들어간다.
1일 오후 3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광주시 등은 광주 송정역에서 호남선 KTX 개통식을 열 계획이다. 이날 개통식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의 참여도 예고돼 있다. 호남선 KTX는 다음 날인 2일부터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이로써 지난 2009년 착공된 호남선 KTX는 6년여 만에 운행 채비를 마치고 역사적인 개통을 앞두게 됐다. 호남선의 고속철도에 대한 첫 논의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25년여 만이다. 호남고속철은 1990년 천안-공주-논산을 잇는 노선으로 노태우 정부에서 검토된 이래,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현재의 로드맵이 확정되고 2009년 착공에 들어갔다.
신설된 호남선 KTX 1단계 구간인 충북 오송~광주 송정 182.3㎞ 구간은 이로써 저속철을 벗어나 시속 30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광주 송정에서 서울 용산간은 기존 2시간 39분에서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인근 도시를 가는 수준인 1시간 33분대로 대폭 줄어들게 돼 진정한 전국 생활권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선에는 기존의 KTX 산천 차량을 개량한 신형 KTX차량이 배차될 예정이다. 전체 좌석수는 기존 KTX산천의 363석보다 47석 늘어난 410석으로 13% 증가했다. 일반실 좌석의 무릎공간도 57㎜ 넓어졌고, 전 좌석의 전원 콘센트 설치, 안전 장치 대폭 강화도 달라진 점이다. 이밖에 소음차단제 설치와 열차 운행 중 기관사의 심장마비나 졸음 등 정상적 운행이 안 될 경우 자동정차 하도록 설치한 기관사 운전감시시스템도 돋보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호남고속철도 이용객을 위해 오송~광주송정 구간에 5개 역을 신설하거나 개량했다. 지난 2010년 경부고속철도 역사로 개통된 오송역이 개량공사를 거쳐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으로 탈바꿈했고, 공주·익산·정읍·광주송정역 등 4개 역이 새로 건설됐다.
요금은 서울과 광주를 잇는 송정∼용산 구간이 4만6800원으로 책정돼 기존의 3만8600원보다 8000원 정도 올랐다. 목포∼용산 5만2800원(4만4700원), 여수엑스포∼용산 4만7200원(4만6000원) 등이다. 운행 편수는 주말 기준으로 68회 운행되며, 송정∼용산 16회, 목포∼용산 32회, 여수엑스포∼용산 20회다.
◆수도권·호남 연결로 경제효과 3000억 육박
특히 호남선 KTX의 본격 운행으로 1914년 일제시대에 호남선이 개통한 지 101년 만에 수도권과 호남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기존 호남선도 KTX를 이용했지만 경부선 KTX의 사례에서 보듯이 송정~광주 구간에 고속철도 구간까지 고속철이 본격 운행되면서 호남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 발전 등 다양한 파급 효과가 유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호남 지역 경제발전의 촉매제 역할은 물론 수도권과의 접근성 부족으로 저평가됐던 남도관광산업 등에도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수도권에서 충청, 호남 지역 간 접근성이 대폭 개선돼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국민 대통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나주혁신도시,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이준범 과장은 이날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호남고속철도 개통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주제 발제를 통해 호남선 KTX 개통으로 광주·전남지역 고속철도 이용객이 최대 45만명 추가로 증가하면 생산유발효과가 약 29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23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116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운수업 460억원, 여행문화서비스업 354억원, 농림수산업 292억원 등의 순이다. 고용유발효과는 4155명으로 농림수산업 1293명, 음식숙박업 655명, 도소매업 620명 순이다.
◆여전한 반발…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하지만 개통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하다.
우선적으로 광주와 서울 간의 1시간 33분이라는 이동 시간에 대한 허구성이 지적되고 있다. 호남선 KTX 개통과 1시간 33분이라는 수치는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붙어다니고 있지만 실상 이 시간대로 운행되는 편수는 단 한대에 불과하다. 실제 전체 편수의 평균 소요시간은 1시간 47분으로 14분이나 차이나고, 최대 2시간 이상 걸리는 노선도 하루 4편이나 포함돼 있다.
아울러 최대 31분까지 차이나는 노선이 혼재돼 있지만 운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차역이 2개 이하인 편수의 운임은 4만7100원이지만 나머지 편수는 4만6800원으로 300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요금 자체가 비싸다는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제기됐던 서울~동대구 구간과의 차별 논란은 고속철도 구간의 비중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국토교통부의 해명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최근 오송역으로의 분기역 변경에 따른 부담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5년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은 호남선 분기역을 천안에서 오송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분기역 변경으로 늘어난 거리 19㎞에 대한 운행요금은 추가부담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 조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분기역 변경을 반대하던 호남 지자체들은 이 약속을 믿고 반대를 철회했지만, 이번 요금 책정에서 이와 같은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를 비롯한 전남·북 등은 현 호남선KTX 요금체계에 오송역을 거치는 데 따른 불편(19㎞ 거리 증가, 20분 운행시간 증가)에 대한 조치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남지역의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과 광주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는 호남선 KTX의 요금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31일 광주상공회의소는 이 약속을 언급하며 “2005년 정부 측의 약속 이행과 그동안 편익을 누리지 못한 지역민들을 위해 요금 인하라는 최소한의 보상과 초기 이용자 확대로 호남선 KTX가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서대전역 경유 논란을 겪으면서 운행편수 증대 방침이 대폭 축소된 것도 반발을 사고 있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운행편수가 20회 정도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기존보다 6회만 증편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45분의 운행 간격으로 이어지면서 기존의 운행간격과 별 차이가 없는 문제점을 낳았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