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6개월이 됐다. 단통법 시행 평가를 두고 미래부와 국민은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10월1일 과열된 이통시장을 정상화시키고 가계 통신비 부담경감 등을 목적으로 의욕을 보이며 단통법을 추진해 시행했다. 첫날 시행 직전보다 번호이동 건수가 1/3로 급감해 이통시장이 얼어붙었다. 인기 단말기 보조금이 10만 원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가입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통법 시행 100일 미래부는 가입유형 차별이 없어지고, 중저가 요금제 비중 증가, 부가서비스 가입건수 감소, 공시 지원금 증가, 이통사간 요금 경쟁 본격화됐다며 평가를 내놨다.
이에 반해 유통점은 울상이다. 지난해 이통사들의 영업정지 기간 때보다 번호이동 건수가 줄어 고사 직전이라는 입장이다.
소비자도 이익이 생겼는지 의문이다. 출고가 인하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이통사들은 수시로 보조금을 조정해 최근에는 보조금을 줄이는 기종도 늘고 있다. 이처럼 단통법은 시행한 정부만 만족하고 국민은 불만족하는 모양새다.
1일 이동통신업계와 미래통신과학부에 따르면, 이날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딱 6개월을 맞이한다.
단통법은 당시 혼탁한 이통시장의 정상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 등 좋은 취지로 미래부가 주도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분리공시제’ 무산된 채 시행된 단통법, 냉랭한 시장
많은 이유 중 차별적으로 이뤄진 보조금 지급을 미래부는 바로 잡겠다고 나선 것이 단통법 시행의 가장 큰 취지다.
그래서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따로 명시하는 분리공시제 시행으로 단말기 가격투명화가 이뤄져 보다 합리적으로 가격책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미래부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제도시행 직전 분리공시제는 무산됐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이 해외에서 영업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 기재부와 산자부가 제동을 걸었다.
분리공시제를 하면 단말기 원가가 추정이 되고 해외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내놔야 하기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중요한 분리공시제가 빠진 채 반쪽짜리 단통법이 시행된다.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통 시장은 때이른 겨울이 찾아왔다. 번호이동 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일 번호이동 건수는 4524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단통법 시행 직전 지난해9월22~26일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 1만6178건의 1/3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보조금이 예상보다 적어 가입자들의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인기 단말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4를 비롯해 최신 단말기 보조금이 1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 공기계 판매가 급증했다. 공기계란 계통을 하지 않은 단말기로 판매점을 통해 이통사에 약정없이 가입이 가능해 비교적 자유롭게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단통법이 공기계로 가입할 경우 요금 12%를 할인해주는 것도 한몫했다.
◆미래부, “단통법 시행 100일 효과 나타났다”

단통법은 당초 단말기 가격을 평등하게, 월 이용 요금을 낮추고, 단말기 자주 바꾸지 않도록 하는 등 목적이 있었다. 이같이만 된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을지 모른다. 단통법 100일이 지나 미래부는 단통법 시행 전후 변화를 발표했다.
미래부는 지난 6일 ‘단말기 유통법 시행 3개월 주요 통계’롤 내놓았다. 단통법 시행 후 기기변경 비중 증가, 중·저가요금제 비중 증가, 공시 지원금 증가, 단말기 출고가 인하, 이통사 간의 서비스 경쟁 등 단통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먼저 미래부는 12월 일평균 가입자 수가 1~9월 일평균 103.8% 기록하면서 가입유형에 따른 차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신규‧번호이동‧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없어져 번호이동 비중은 감소(38.9%→29.7%)하고, 기기변경 비중이 증가(26.2%→41.0%)했다.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증가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요금제 비중이 감소(33.9%→14.8%)하고, 중‧저가요금제 비중 증가(66.1%→85.2%)했다. 지원금과 연계한 고가요금제 가입 강요 금지에 따라 소비자가 자신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했다는 것.
평균 가입요금 수준이 낮아졌다. 소비자가 최초 가입 시 선택하는 요금제의 평균 수준이 4만5000원(’14.7~9월)대에서 3만9000원(12월) 이하로 6448원(△14.3%) 감소했다.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에 가입시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하게 하는 행위가 금지됨에 따라 소비자가 가입 시부터 자신에 맞는 요금제 선택한 것으로 미래부는 풀이했다.
개통할 때 부가서비스 가입건수 또한 줄었다. 이동전화 가입 시 부가서비스 가입 비중 감소(37.6%→11.3%)했다. 고액지원금을 조건으로 한 부가서비스 가입 강요 금지에 따라 소비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선택한 것으로 미래부는 봤다.
특히 알뜰폰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는 458만명(12월말)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약 7.9%를 점유하며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인 반면, 이통3사 누적가입자는 10월 순감했다가 11월 이후 완만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단말기에 대한 공시지원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공시 지원금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동일 단말기에 비슷하게 책정되던 지원금이 이통사별로 차별화되는 현상과 저가요금제에 지급되는 지원금 수준도 높아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또한 단통법 이후 출고가 인하 현황을 보면, 총 31종 출고가 인하가 있었고 그 중 출시 3개월 내외 최신 당말기(G3비트, 아카, 갤럭시 알파 등)의 출고가 인하도 나타났다.
단통법 시행 후 각 이통사들의 통신요금 인하 경쟁이 본격화 됐다. SK텔레콤은 피쳐폰 데이터요율 인하(평균 1.5원/패킷 → 0.25원/패킷), 가입비 폐지(기존 1만1880원), 요금약정할인반환금 폐지(10.1 가입자부터 소급)했다. KT는 월 2GB 사용 후, 400kbps 속도로 무한 데이터 제공하는 ‘청소년 안심데이터45’ 요금제 출시, 광대역 안심무한 요금제의 기본 data 제공량(15G) 초과 시 400kbps→3Mbps로 증속, 약정과 위약금을 없앤 ‘순액요금제’ 출시, 피쳐폰 데이터요율을 인하했다. LG유플러스는 온라인 직영몰 가입 시 유무선 결합상품(한방에 yo) 요금 추가 할인, 피쳐폰 데이터요율 인하(일괄 0.25원/패킷), 지인(가족·친구) 추천 요금할인금액 50% 확대(최대 2만 원→3만 원), 온라인 직영몰 가입 시 무선상품 요금 추가 할인(모바일 direct), 요금약정할인반환금 폐지했다.
◆6개월 지난 현재 단통법 효과는?
미래부는 최근 단통법 6개월을 맞아 단통법 시행 전후 월별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가입자 추이를 보면 신규, 번호이동 가입자가 단통법 시행직후 줄어들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기기변경은 단통법 시행직후 늘었지만 최근 다시 줄고 있다.
신규가입자는 지난해 1월~9월 일평균 2만325명(34.8%), 지난해 10월 1만3626명(36.9%), 지난해 11월 1만6539명(30.1%), 지난해 12월 1만7754명(29.3%), 올해 1월 1만9314명(28.6%), 2월 1만9546명(33.2%), 3월1일~22일 1만9422명(36.0%)로 나타났다.
기기변경은 지난해 1월~9월 일평균 1만5309명(26.2%), 지난해 10월 1만3959명(37.8%), 2만3234명(42.3%), 지난해 12월 2만4833명(41.0%), 올해 1월 2만7958명(41.4%), 2월 2만2166명(37.6%), 3월1~22일 1만8813명(34.8%)로 조사됐다.
요금수준은 단통법 시행전 6만 원대 요금이 전체 고객중 1/3을 차지했지만 단통법 시행직후 10대로 대폭 감소하고 있다.
반면 3만 원대 이하 고객은 단통법 시행전 1/3 수준이었지만 현재 60%에 이르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부가서비스 가입건수도 단통법 시행전 1/3 수준에서 현재 10%대로 대폭 줄었다.
◆번호이동 급감 어려워진 유통업계 고사위기
단통법으로 인해 고객들이 기기변경 비중이 늘어나면서 피해를 보는 쪽은 이통사도 제조사도 아닌 유통업계였다.
기기변경은 이통사 입장에서 고객이탈을 막았기 때문에 잠재적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판매점등 유통업계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원금(판매 장려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번호이동과 신규가입은 가입자가 늘어난다. 그래서 유통점에서 판매점에 고객당 몇십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에 반해 기기변경 고객은 가입자가 새로 늘어나는게 아닌 기존 고객이다. 그래서 유통업계 쪽에서는 별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유통업계는 단통법 시행으로 지난해 영업정지 때보다 번호이동이 더 줄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KTOA(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자료를 통해 지난 11일 단통법 시행이전과 이후의 번호이동 건수를 비교한 결과,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 번호이동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통사들이 불법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받았던 지난해 2월보다 올해 2월에 번호이동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 들었다.
2014년 2월의 이통3사 번호이동 건수는 129만7092건인 반면, 2015년 57만9878건(전년 같은달과 비교해 44.6%)이었다. 이통3사 보조금이 2월보다 높았던 1월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보면 2014년 1월 122만5586건이었던 데 반해 75만6654(전년 같은달과 비교해 61.7%)건에 불과했다.
협회는 “이유로 이동통신유통협회에는 회원사인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하루에도 수십 통의 항의 및 우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단통법 시행 이후 11월 아이폰 대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일부 불법 온라인 채널의 미진한 실적으로 일반 대리점 및 판매점만 힘들어 지기 시작 하여 과열은커녕 평상과 다른 냉각기만 이어졌다”면서 “협회는 대형 양판점 등의 시장 진입 우려와 이용자 혜택이라는 단통법에 일부 기대했지만 단통법 이후 대형유통망 확대, 시장냉각 등으로 폐업이 잇따라 생존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의 단통법 긍정적 평가 ‘아전인수’격

미래부의 단통법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면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본 기사는 베가 아이언2의 차별 판매를 취재한 바 있다. 팬택의 베가 아이언2가 출고가 크게 떨어지면서 품귀현상을 빚자 판매점들이 이를 이용해 신규판매와 번호이동만 허용하고 기기변경을 안해주려고 한 것.
이에 대해 해당 이통사 관계자는 “판매점의 자유라 자신들이 관여할 수 없다”며 방관하고 있었고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또한 “장려금이 자율영역이라는 점과 장려금이 가입유형 중 한쪽을 완전봉쇄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입유형 차별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전체 수치는 기기변경이 많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입유형 차별 등은 여전했다.
또한 미래부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이는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팬택의 단말기를 제외하고 인하 폭이 낮아 큰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출고가는 원래 기기 가격이 아닌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급하는 리베이트가 포함된 가격이라 아직 더 내려가야 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미래부는 법 시행 이후 서비스 경쟁으로 각 이통사의 다양한 상품을 예를 들었다. 그러나 이통사의 대부분의 할인 혜택은 고객이 내는 막대한 월 이용요금에서 얻어지는 수익 중 일부를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게다가 차별적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고객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이라면 차라리 이용요금을 낮추고 혜택을 줄이기를 원할 수 있다.
또한 중고폰 선보상제, 포인트제 등이 불법보조금 소지가 있다며 방통위의 지적으로 폐지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통3사는 중고폰 선보상제라는 임대폰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 서비스는 18개월 뒤 반납을 전제로 단말기 중고가격을 미리 보상받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보조금 3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 지급이라는 부분과 반납시 분쟁소지로 인해 방통위가 문제를 제기 했다. 결과 이통3사는 중고폰 선보상제를 모두 폐지했다.
또한 SK텔레콤은 지난달 13일 T가족포인트제를 폐지했다. 불법보조금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T가족포인트는 가족형 결합상품에 2~5인 가족에게 매달 3000~2만5000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해 새로운 단말기 구입, AS비용, 액세서리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고 가족끼리 포인트 공유와 합산도 가능한 서비스다.
이는 가족공유 포인트제로 가족들간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통법 위반소지로 인해 폐지된 부분은 고객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단통법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피부로 와닿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가 낮다는 점, 여전히 대란 등이 일어나 출고가 차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 인기 단말기에 대해 가입유형 차별 판매 등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