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삼성가 방계로 분류되는 보광그룹의 계열사 STS반도체가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워크아웃 직전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정보를 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TS반도체 임원들은 지난 17일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전날인 16일 도합 수만여 주를 장내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STS반도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친동생인 홍석규 회장이 이끌고 있어 범삼성가로 분류되며, 보광그룹의 주력 제조사로 삼성전자와 반도체 후공정 부문의 협력사이기도 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배성언 STS반도체 상무는 지난 18일 자사주 6만주를 주당 4494원에, 함수전 상무는 1만270주를, 황선하 상무는 지난 17일 1만1439주를 주당 4717원에, 김은동 이사는 지난 16일 7165를 평균 5145원에 장내 매도했다. 매각일은 결제일 기준이며 실제 매도 거래는 2거래일 전인 지난 14~16일에 이뤄졌다. 현금화된 규모는 총 4억697만원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사 사정을 잘 아는 STS반도체 임원들이 워크아웃 신청으로 주가가 폭락하기 전 미리 내부정보를 이용해 빠져나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STS반도체의 워크아웃 조짐에 관한 기사는 지난 17일에서야 보도됐고, 당일 장 마감 직후 STS반도체는 워크아웃 신청 사실을 공시했다.
워크아웃 조짐에 관한 기사가 나간 지난 17일 STS반도체는 하한가로 직행해 29.91%하락했고, 공시 다음 날인 18일 28.97% 급락했다. 16일 종가 기준 STS반도체 주가는 4580원이었지만 이틀간 절반 가량 하락, 228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STS반도체는 보광그룹의 자회사로 매출 5502억원, 영업이익 449억원을 기록한 흑자기업이지만, 660억원 규모를 지급보증한 BK E&T의 자본잠식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키로 지난 17일 의결했다. BK E&T 역시 같은 날 코아로직과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S반도체 관계자는 “계열사의 위기로 채권자들이 자금환급을 한 순간에 요구할 경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재무구조는 멀쩡하고 단지 보증 문제로 위기를 맞은 만큼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최근 토러스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증권 등의 일부 증권사들은 STS반도체를 사라고 적극 추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이로 인한 개미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토러스증권은 STS반도체에 대해 “과거는 들어내고 미래를 바라보자”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가 6800원을 제시했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5월 20일 “STS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 Rally!”라며 역시 투자의견 ‘매수’, 목표가 6600원을 내놨고, 이베스트증권 4월28일 “2015년은 STS반도체 부활의 해”가 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투자자는 “증권사 리포트만 믿고 폭락 직전 전 재산을 걸었는데, 사상 최고의 실적 전망이 한 달도 안되서 풍전등화 신세가 됐는데도 예상을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조차도 워크아웃을 예상하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임원들이 워크아웃 직전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당분간 STS반도체 임원들의 내부정보 악용 의혹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