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차례 매각이 무산된 ‘벤처 1세대’ IT업체 팬택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옵티스가 한 달여 남짓한 실사 작업을 마치고 본계약을 이틀 남겨둔 가운데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옵티스는 팬택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팬택 실무진과 법원에 제출할 계약서에 대한 막바지 협의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계약 체결 예정일은 오는 17일로 법원은 계약서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경우 계약을 승인할 예정이다.
옵티스와 팬택은 대부분의 큰 그림에 합의하고 고용 승계 규모와 인수대금 등에서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옵티스는 이주형 대표를 비롯한 삼성전자 출신들이 2005년 설립한 광디스크 저장장치(ODD) 제조기업이다. 2012년 삼성전자 필리핀 ODD 생산공장을 인수했으며, 지난해 도시바삼성테크놀러지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매출은 5996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에 달한다.
당초 옵티스는 1100여명의 임직원 중 연구개발인력 400여명만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제조 인력 일부도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공장의 휴대전화 기판 생산장비 등 공장 시설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옵티스는 팬택 김포공장을 실사한 후 공장 시설을 사들여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활용해 스마트 기기 생산을 진행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생산공장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세울 예정이기 때문에 김포공장의 부지는 인수 목록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인수금액은 약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옵티스가 법원에 제시한 인수대금은 400억원이었지만, 이는 팬택의 기술인력 및 특허권 인수가 포함된 최소한의 금액이었다. 이에 청산 가치가 90억원으로 평가된 김포공장 장비가 포함되면 5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옵티스 이주형 대표는 “김포공장 가동이 약 1년간 멈춰 있었기 때문에 실사 내용에 대한 검토를 완료한 후 금액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김포공장 장비의 청산가치를 다 매길 수 있을지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인수대금이 500억원 내외로 결정될 경우 채권단 역시 특별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김포공장 장비를 포함해 500억원 전후면 청산가치 수준”이라며 “청산이 된다 해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매각해야하기 때문에 가격으로 인한 큰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옵티스는 현재 법원에 인수 보증금 20억원을 납입한 상태다. 이 금액은 17일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법원에 몰취된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20억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추가 납입하게 된다.
양사는 현재까지 무난하게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옵티스는 500억원대로 추정되는 인수대금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8월말 관계인 집회를 거치고 회생 계획안이 채권단의 승인을 얻으면 사실상 인수절차가 마무리된다.
옵티스 측은 운영자금을 포함한 1500억원 수준의 자금 마련을 위해 국내외 투자자들과 조율중이다. 옵티스는 본 계약을 기점으로 인수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내주부터 별도의 홍보팀을 꾸려 대외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옵티스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회장으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으며, 팬택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던 옵티스 1대 주주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CEO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법원의 인수 허가를 계기로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