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여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이 수출입은행의 성동조선해양의 위탁경영 제안에 대해 실사를 마친 후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5일 금융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지난 6월 말부터 진행해 온 성동조선해양의 실사를 마치고 위탁경영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의 성동조선해양 실사는 당초 지난달 20일경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심이 더해지면서 업계의 예상보다 오래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성동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제안한 수출입은행 측은 삼성중공업이 이달 중순까지 협상에 임하는 기본 입장을 정하면 이달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실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조 단위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왔다. 앞서 6월 말까지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던 만큼 위탁경영을 사실상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가 돌았다.
지난달 말 삼성중공업이 30여명의 인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실사에 나서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위탁경영 가능성을 좀 더 높게 치는 분위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실사가 진행되면서 부실 해양플랜트 여파가 현실화되자 다시 부정적인 예상이 우세해졌다. 실무 논의 단계에서 진척이 없던 상태가 지속됐던 점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실사를 마무리한 후인 이달 초부터는 다시 이와 상반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중공업이 2~3년간 위탁경영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한 후 흡수합병하는 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현장 실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과거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이미 한 차례 검토한 바도 있고, 양사가 협력 관계에 있던 적도 있으며 시설도 현대화됐고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점, 성동조선의 야드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위탁경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대형선박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성동조선을 통해 중대형 선박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위탁경영 수락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2분기 직격탄을 날린 해양플랜트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거론된다. 현대 성동조선해양은 2년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수출입은행은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을 맡을 경우 향후 수주 선박에 대한 선수급환급보증(RG)를 모두 떠안겠다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적은 없다. 방침이 결정됐다는 예상이 나올 때마다 삼성중공업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구 한라중공업의 위탁경영을 맡았다가 인수를 마무리하고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으로 편입된 이후 수주 영업을 지원받으면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대한조선의 위탁 경영을 맡았던 대우조선해양은 선종 다양화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오히려 부실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사안별로 달랐던 결과 때문에 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