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수출 재개 움직임 초긴장…신용평가사들 등급 상향 보류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오는 9월 중 원유의 해외 수출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원유수출 재개는 40여년 만으로 지난 1973년 중동발 오일쇼크로 타격을 입고 1975년 원유 해외수출금지법을 만든 후 처음이다.
가뜩이나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산유국들과 유가 경쟁이 촉발돼 저유가가 장기화됐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원유수출 재개는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여기에 최근 핵협상 타결에 성공한 이란도 내년 하반기부터 국제 원유 시장에 복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원유 수출국들은 가격 경쟁력에서의 우위를 자신하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원유 시추설비는 지난 201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3주 연속 증가했다.
이처럼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가 다시 하락할 조짐이 감지되면서 국내에서 17일 현재 1500원 미만 주유소는 전체 주유소의 19%를 차지하는 등 다시 유가 경쟁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지난 상반기 총 3조45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년여 만에 최대 수준의 실적으로 화려한 반등에 성공한 정유사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잇따라 수 십여년 만에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사들은 2분기 들어 본격화됐던 유가 안정세에 힘입어 2분기만 영업이익이 총 2조5019억원에 달하는 등 반등했다.
하지만 지난 7월 7월 싱가포르 복합정제 마진은 8달러 수준에서 4달러로 급락해 반토막났다.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50달러대 초반까지 다시 떨어졌다. 두바이유는 지난 5월 7일 배럴당 65.06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을 거듭, 최근 2개월간 20% 가까이 급락했다.
물론 워낙 상반기에 벌어둔 것이 많기 때문에 연간 실적은 크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유가 하락의 조짐들이 하나 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유가를 부르는 것들이라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고 미국 정유업체들의 가동률 상승으로 경유마진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며 “3분기 정제마진 약세와 유가 하락으로 정유업체들의 전분기 대비 실적 감소가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정유업체들이 상반기 호황을 기록했음에도 신용등급 상향은 아직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신평사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 개선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하반기 업황의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반기 정유업체들을 덮친 재고 손실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폭락한다면 재고 평가 손실액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엄청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배럴당 90~100달러에 원유를 구매했다가 유가가 40~50달러까지 급락하면서 천문학적인 재고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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