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테크노폴리스 부지 제공 과정 아쉬움 지적 잇따라

26일 SK그룹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M14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2024년까지 10년간 총 46조원을 반도체 공장 신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은 지난 14일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최태원 회장이 정부의 경제활성화 요구에 대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날 이천과 청주에 31조원을 들여 2개의 공장을 더 짓겠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인 15조5000억원이 투자되는 청주에는 낸드플래시 공장이 지어지며 이는 단일 투자 유치 규모로는 충북 사상 최대 액수다. 나머지 15조원은 이날 준공식을 가진 이천의 M14라인에 투자된 금액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공장을 지을 부지가 청주테크노폴리스 내에 SK하이닉스와 맞닿은 중소기업용지 16만1704㎡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해당 부지는 이미 12개의 중소기업이 입주 계약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계약금을 납부했고 1차 중도금도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승훈 청주시장은 “SK 측이 보안 유지를 요구해 해당 중소기업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기업의 통 큰 투자라지만 지자체가 대형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하면서 중소기업들과 협의도 안 끝났는데 이를 확정 사실인 양 발표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승훈 시장은 SK측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은 시점이 지난 4월이라고 밝혀 반 년이 다 되가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미 계약 입주를 마친 중소기업의 양해가 필수적인데 진행 과정에서 너무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느낌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주시는 이들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계약을 일단 해지하고 인근 대기업 용지로 옮기거나 대체 부지를 마련해준 뒤 다시 재계약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해지가 모두 이뤄지면 10~11월 경 SK하이닉스에 이 부지를 매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청주시가 해당 중소기업들에게 행정적 또는 재정적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부 중소기업들은 계약 해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막대한 파급 효과 유발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SK그룹과 청주시 간의 협의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SK뿐 아니라 청주나 충북 지역민들에게도 반길 만한 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낸 중소기업들이 갑작스레 밀려나야 하는 상황 없이 매끄럽게 진행됐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함께 들리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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