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 논의와 관련, 여당 의원들에 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아왔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 입장 천명 이후 개헌 적기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 개헌론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자 박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그럼으로써 정치권 반발 심리만 키우며 오히려 개헌론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불씨를 덮어버리려다가 도리어 불길이 더 커져 버린 모습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낸 전병헌 의원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을 근거로 개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그러나 개헌에도 시기가 있다. 내년은 지방선거나 총선, 대선 등 큰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인만큼 여야가 개헌을 진지하게 논의해 볼 수 있는 개헌 적기”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의원은 그러면서 “청와대가 개헌 반대 이유를 경제 살리기에 두는 것은 잘못된 비약”이라며 “개헌에 전념한다고 경제 블랙홀이 우려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찬성하기 힘들다고 해서 개헌 논의를 힘의 논리로 중단시키는 것으로만 비춰질 뿐”이라며 “국민과 국회는 이미 개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압도적이다. 언제, 어떻게 하느냐만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특히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개혁의 근본적 해결책은 권력구조의 개펀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은 이미 대세가 되어 있는 개헌 물꼬를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 개헌특위 구성에 동의해 개헌논의를 질서 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백재현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는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시점이라는 것을 새정치민주연합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백 부의장은 “국회에는 이미 152명이 참여하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있다. 이미 개헌과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헌은 경제를 살리거나 일자리 창출, 국정수행의 블랙홀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분담해서 하는 것이라는 여당 중진의 지적에 동의한다”며 “정의화 국회의장께서도 개헌 논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씀하신 바 있고,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대선 후보시절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고 공약으로도 얘기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최고위원을 지낸 우원식 의원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세월호도 경제 블랙홀이고, 개헌도 경제 블랙홀이라 하면 국회는 어떡해야 하나. 대통령 입만 쳐다봐야 되냐”면서 “박 대통령은 어떤 현안이든 불리하면 그건 국회가 할 일이라고 입을 다물고, 필요하면 또 블랙홀이니 하면서 국회 입법 논의마저 가로막으려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우 의원은 “오죽하면 여당의 이재오 의원마저 ‘할 일이나 하시라’ 이렇게 말하시겠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앞서, 6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내 대표적 개헌론자인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 개헌 논의 경제의 블랙홀이라며 쐐기? 경제 발전과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며 “개헌 논의 안하는 지금이 경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없지만, 공정한 경제정의도 실현되고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치혁신실천위원회’(위원장 원혜영) 첫 전체회의 석상에서 “(혁신을 위해)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며 “가령 중대선거구제 문제라든지, 권력구조의 문제라든지 그림은 예쁘고 말하기는 좋으나 결국 개헌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그러면서 “바로 그 문제에 관해 개헌을 추진해야 된다는 사안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비대위의 이름으로 개헌 추진에 앞장서겠다는 약속도 드린다”며 강력한 개헌 추진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시사포커스 / 정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