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인정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 전 대통령의 퇴임을 기다리던 사건들이 이제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BBK사건, 4대강, 이상득 등 측근비리, 내곡동사저, 민간인 불법사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살의혹, 한식세계화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끝없는 의혹을 점검해본다.

이명박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진보정의당 “역사의 심판을 받을 준비나…퇴임 후가 더 바빠질 것”
검찰, MB 피고소-고발 사건 배당
서울중앙지검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참여연대와 YTN노동조합이 각각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으로 이 전 대통령을 고소·고발한 가운데 검찰이 사건 배당을 끝내 앞으로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 퇴임 9일 만에 검찰·특검 수사가 종료된 사안을 놓고 또다시 고소·고발을 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게 아니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조상철 부장검사)에 배당됐고, YTN노조가 고소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형사3부(이형택 부장검사)에게 각각 맡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해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에 대한 1차 수사를 맡았던 수사팀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정에서 국고에 손해를 입히도록 지시 혹은 방조한 혐의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국고 매입부지 가격은 시가보다 비싸게, 개인매입 부지 가격은 시가보다 싸게 산정해 결론적으로 국고에는 손해를 끼치고 이 전 대통령 일가에 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내곡동 사저부지,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했던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아파트 전세자금이 이 전 대통령 부부의 은닉 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하고 추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저 터 구입에 사용한 6억원을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한테 빌렸다는 시형씨의 주장도 논란이 돼왔다. 결국 검찰이 이 부분을 앞으로 파헤칠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내곡동 사건의 핵심은 시형씨의 삼성동
아파트 전세자금과, 사저 터 구입비용 중 큰아버지한테 빌렸다고 주장한 6억원의 출처로 대변된다. 이 돈들이 실제 이 전 대통령 쪽에서 나왔다면 증여세 탈루로 조세포탈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특검팀은 당시 이 부분을 더욱 더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는 바람에 최종 출처의 확인에는 이르지 못했다.
YTN노조, 불법사찰 사건 관련 방조한 의혹
YTN노조는 지난 2010년 드러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사찰을 지시·보고를 받았거나 방조한 의혹이 있다며 5일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조만간 고소·고발인 조사를 거쳐 피고소·고발인 조사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며 이 전 대통령 소환 여부 등도 함께 결정할 계획이다.
잇따른 고소·고발에 이 전 대통령 측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자 이 전 대통령을 고소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위원장 김종욱, 아래 YTN 노조)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민간인 불법사찰 건은 이미 검찰·특검에서 수사를 끝낸 사안인데 또다시 고소·고발을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건은 야당에서 추천한 특별검사가 수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된 것은 새로운 정치적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YTN 노조는 6일 성명을 통해 “MB와 최시중이 불법사찰에 연루된 증거가 나왔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하지 않아 불법사찰에 관한 진실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마치 수사를 통해 무혐의가 드러난 것처럼 둘러대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수위를 높였다.
YTN노조는 “불법사찰 심부름꾼과 실무자만 잡아넣고 핵심인물들을 제외하는 것은 비상식 결과”라며 “불법사찰 수사와 관련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간부들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며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그는 이미 민정수석 시절부터 사찰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또 “권재진 장관은 직무유기 수준을 넘어 증거인멸을 자행했다”며 “공범과 사실상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이 여기에서 그칠지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됐던 국가사업에 대한 분야 역시 그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는 지난 2월26일 본회의를 열어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한 총인처리시설 입찰 관련 감사요구안’과 ‘한식 세계화 사업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각각 의결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을 예견했었다.
‘4대강’ MB에겐 업적, 서민에겐 눈물의 흔적
4대강 사업의 경우, 핵심적인 수질개선 사업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경우 업체 간 부정·비리 의혹이 드러나는 등 그 여파에 따라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정부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었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정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지만 4대강 안전성과 수질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촉발시켰다. 여기에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공세가 거세졌고, 새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면 재점검 또는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도 계속 흘러나왔다.
4대강 논란과 함께 국회는 또 ‘이명박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한 감사 요구안도 처리했다. 감사안은 ‘뉴욕 플래그쉽 한식당’ 개설비 50억원을 당초 계획대로 사용하지 않고 49억6천만원을 다른 용도로 변경 사용한 의혹 등을 조사하는 내용이다.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에 대해 이 같은 감사를 요구한 시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라는 것과 여야가 합의해 가결했다는 부분에서 많은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사업 확대 가능성도
거기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재임 기간에 대한 평가에 대해 “두 번의 경제위기를 극복해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국내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나 스스로 억울하다 생각하지 않고, 나 스스로 평가할 때 경제위기를 맞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대통령이라는 자부를 갖고 있다”고 밝혀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야권은 ‘역대 정권 중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대통령’이라고 자평한 것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왜곡과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국정평가 인터뷰가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말이 많으면, 국민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을 잃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5년간의 무수한 실정과 비리는 차지하더라도 굴욕외교로 국격을 추락시키고, 정권말 비리측근 사면으로 국격을 내팽개친 대통령이 국격을 운운하고 있으니 정권초기 수입소 문제로 국민을 분노케 한 정권이 마지막까지 소도 웃을 소리를 하는 모습에 기가 막히다”면서 “‘역대 정권 중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실지 아무 생각이 없는 분이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에서는 특히 이 대통령이 ‘나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4대강 사업한다고 온 국토를 파헤치느라 일을 열심히 했고, 부자들 감세해주느라, 언론을 장악하고 통제하느라, 민간인 불법사찰하고, 내곡동 의혹과 측근들 비리의혹 덮느라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셨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판단은 끝났다”면서 “아마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이후가 더 바빠질 것이다. 4대강과 내곡동 사저 의혹 등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준비나 열심히 하셨으면 한다”고 가시밭길을 예고하기도 했다.
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