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반발 확산…딜레마 빠진 김무성-유승민
친박계 반발 확산…딜레마 빠진 김무성-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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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긴급회동서 유승민 사퇴 직접 거론
▲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위헌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출구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수정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직접적으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당내 갈등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또한 친박계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개정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도부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등 계파갈등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與 친박계, ‘유승민 사퇴’ 압박 본격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연이틀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에 담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강화된 수정권한에 대해 강제성, 위헌성 등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비판했다.

강연자로 참석한 제정부 법제처장제정부 법제처장은 개정 국회법 상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는 강제력이 있어 위헌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 처장은 “국회법에 대한 1차적 해석권한은 국회에 있으므로 정부로서는 개정안의 문언에 기초해 검토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회법 개정안의 수정·변경 요구 및 처리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강제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규정에는 통보에 대해 처리계획과 그 결과를 보고하게 돼 있어 수용 여부에 대해 중앙행정기관의 재량이 있었으나 개정안에서는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토록 해 중앙행정기관이 국회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행 통보의 경우 정부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더라도 국회와 정부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없으나 개정안의 경우 ‘수정, 변경 요구한 내용을 처리하고’ 라는 강행적 표현을 사용해 이를 거부할 경우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 처장은 “입법권은 국회가 갖고 있고, 행정입법은 국회의 위임에 따른 것이므로 수정·변경의 주체를 상임위로 해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특히 국무회의를 거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발령하는 대통령령에 대해 상임위의 의결로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제 처장은 개정 국회법의 집행 상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시행 중인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요구는 정부 정책 결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정부 정책의 효율성·일관성·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소지 여부는 ‘수정·변경 요구’에 강제력이 있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국회법 개정안의 해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1차적 해석권한이 국회에 있는 만큼 국회가 강제력 유무에 관한 정확한 해석을 내놓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끝난 후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졸속으로 합의를 해줬다”며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러한 논란을 초래한 데 대해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관련)이런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며 “유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장우 의원도 “그동안 유 원내대표는 협상력이나 정무적 판단에서 잘못 판단해왔고 당정청 갈등의 실질적인 중심에 서 있었다”며 “이렇게 정부와 국회가 혼란에 빠진 것은 유 원내대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공무원연금법의 시급성 때문에 믿고 따라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저도 찬성을 하긴 했지만 이는 하루만에 처리할 일이 아니라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했었다”며 “그 과정에서 본인들이 믿어달라고 했기 때문에 본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결론적으로 유 원내대표는 모든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임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며 “사임하기 전 현재 국회법 사태에 대한 수습을 한 다음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용남 의원 역시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말씀하는 취지와 야당과의 협상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게 매번 달랐다. 유 원내대표의 화법에 문제가 있다”면서 “신뢰를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하신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이 당내 계파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계파갈등이라기 보다는 헌법상 문제를 놓고 견해가 갈린 것”이라며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들은 대부분 법조인 출신이다. 법리적 이해의 문제이지 계파간 갈등으로 보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김무성, 갈등 진화 부심…유승민 ‘묵묵부답’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논란이 있고, 국정 마비와 정부의 무기력화가 우려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반면, 야당은 “시행령 전반을 손보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야당은 국회법 개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지원하는 근거가 된 시행령 등 11건을 1차 사례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은 각 상임위원회 별로 정밀 조사를 통해 조만간 추가 사례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또 국회법 개정의 위헌 논란을 일축하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법 위의 시행령’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같은 청와대와 야당의 대치 국면을 형성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또한 이들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판이 쏟아진 것과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 향후 대책 마련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장을 찾아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현안을 논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지도부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제할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내용을 갖고 다 상의한 결과”라면서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 주도의 공부모임인 ‘통일경제교실’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국회법 개정안 논란)는 우리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되는 문제이지 지금 책임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 조항에) 강제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인데 헌법학자를 불러서 상의를 해보려 하지만 보나마나 반반으로 갈린다”면서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당은 강제성이 없다는 전제하에 이 일을 진행시킨 것이고, 야당은 강제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이 일이 진행된 것”이라면서 “강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인데, 그 판결을 어떻게 받느냐 하는 것을 연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여권 내 갈등 상황에 관련해 일단 ‘유승민 책임론’을 일축하면서도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건 유승민 원내대표가 제안한 게 아니지 않느냐, 야당에서 제안한 것 아니냐”면서 “야당 합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는데…”라고 갈등 확산을 경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 이후 청와대측과 연락을 취했느냐는 질문에 “저는 취한 바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책임론이 거듭 제기된 것과 관련해 “나중에, 때가 되면 제 입장을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취재진들의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나중에”라는 말만 반복하기도 했다.

친박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당 지도부는 당 의원총회 등을 통해 해결책 마련 방침을 세웠을 뿐 현재로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회법 개정안 재수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당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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